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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일상학자 - 8월 월례회의 후기] 우리는 무엇을 찾고, 전하고 싶은가 본문
영상회의를 시작하며 각자의 근황과 연구 진행 상황을 나누었어요. 이제 진짜 연구에 집중해볼까 했는데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과 이로 인한 등교중단으로 맥이 빠졌습니다. 첫번째가 아니라 두번째 맞이하는 이러한 상황에 모두 허탈해했지만, 화면으로 보이는 벗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이제 모든 것을 초월한 무림고수의 포스가 풍기는 듯 했어요.
그럼에도 각자 이어간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뒤에 자연스럽게 나오겠지만 이 진행 상황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의미로, 연구에 집중했다는 것 외에도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1. 각자의 상황 공유
지은님은 읽어온 책 중에 연구분석에 활용될 의미있는 책을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계셨어요. 그 작업의 기준을 마련하고 다시 책들을 읽어가면서 정리하고 계시다고 했습니다.
지영님은 중간발표 이후의 받은 질문들 속에서 연구 주제와 실천사항에 대한 가치지기를 진행하셨고 '읽지 않고 반복적으로 들려주기'를 아이들에게 적용해보시며 옛이야기 들려주기의 이론을 삶으로 경험해보고 계셨어요. 그 경험치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해나가시면서 직접 느끼시는 부분들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혜연님은 중간발표 이후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러 여건상 아직 시작을 못하고 계셨어요. 동네서점과 도서관에 모임문의를 하셨다고 헸는데, 코로나 상황이 얼른 마무리되서 혜연님 모임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슬님은 코로나로 오후 수업이 취소되면서 반갑게 등장하셨어요. 중간발표 전에는 일상학자 그만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셨는데 중간발표 이후로 다시 힘을 얻으셨고 지금도 어머님 병환과 개인적인 이유들로 힘들지만 이제 꼭 이어가겠다 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여러 일정들이 취소되고 있는게 오히려 한 숨 쉬게 해주고 있었고요.
그리고 저는 냉정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선택한 연구주제에 몰입해서 연구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구요. 공유서를 꾸준히 올려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 외 일상이 주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했을 뿐, 연구 자체에 대한 몰두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상학자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생각해보았을 때 결국 '내가 중요시하는 걸 붙잡고 놓지 않게 해준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학자의 부제로 '어른들의 자기주도 공부'라고 했지만, 자기주도보다도 서로 끌어주는 것이 반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2. 연구의 동력에 대해
이슬님이 학교에 등록해서 공부하면 등록금이라는 경제가치가 나를 붙잡아주기라도 하지만, 우리는 외부적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 각자의 절실함을 찾아서 붙잡아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제가 자기주도가 아닌, 권위에 기대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했습니다. 일상학자 최종발표 결과물이 나오면 연락해서 초대하고 싶은 학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여성, 신화, 꿈, 영성'이라는 교집합에 대한 보기 드문 학자이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책방 일과 관련해서 그 분과 연락을 할 일이 있었고 그 분의 연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이제까지 여러 관련 모임들을 만들어서 진행해왔다고 말씀드렸었어요.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다른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셔서 조금 실망을 했더랬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외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길 없는 작업들을 해오면서 권위에 기대어 인정받고픈 욕구가 여전히 있었다는 걸 실감했고, 다시금 내 안의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걸 다짐했었습니다. 혜연님께서 저의 이런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말씀해주셨어요. 타로 선생님께 이런 주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그렇게 쉽지 않을텐데..라며 우려스러워하셨다고 해요.
그 전화통화 한 번으로, 또 그 대화 한 번으로 그 분들이 '권위적'이었다던가 하는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아마도 어떤 한 분야를 깊게 연구하시며 그 깊이와 방대함에 길을 잃었던 적이 있는 분들이라 '가볍게 보이는 시도'들이 걱정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계속 그 분과 연락을 취하고 워크샵에도 참석하면서 그 분을 제대로 겪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것은 제 안의 권위에 대한 감정을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깨고 싶었던 제 안의 권위에 대한 투사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중간에 일상학자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하셨고, 중간발표 이후 다시 힘을 얻으셨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이 이 권위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3. 연구집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연구집이었습니다. 연구보고서에 어디까지 어떻게 적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벗들이 계셨어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보고서화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셨습니다.
- 이것은 나의 경험이고 결론이 지금 내려질 수 없는 과정상에 있는데
- 이를 정리한다면 경험에 대한 에세이처럼 되버릴 수 있다.
- 내가 그 경험을 시도했던 이론 적 바탕을 조금 설명한 후 그걸 삶으로 가져오니 이러한 것을 경험했다고 기술하고 비교하면 어떨까.
- 개인 경험에 대한 기술이 연구의 범위에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선행연구에 기반하느냐에 따른다.
- 그렇다면 연구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해야하는데 어디까지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야 할까. 그건 너무 방대하고 막막하다.
이런 흐름으로 이야기가 오갔고요, '연구집을 내는 것은 권위를 얻기 위함이다.'라는 이야기나 나오며 좀 전에 이야기되었던 '권위'와 '연구'의 개념이 연결되어 이야기되기 시작했습니다.
- 일상학자를 처음 시작하며 학자와 연구라는 단어가 단지 어떤 집단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도 이어지는 단어이기를 바랐고, 그래서 의식적으로 이 단어를 써왔다. 이 단어들에게 주어진 권위를 끌어내리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부의 기준으로 우리의 활동을 '연구'로 정의내리는 것에 주저하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 '연구'에 대해서 우리가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바깥으로의 연결로 의미를 짓는 게 연구라고 많은 분들이 여기시는 듯 하나 나에게는 나를 알아간 것 그런 자기충족적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
- 하나의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인데, 다양한 결의 연구들이 하나로 묶이면 오히려 읽는 사람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 지금 내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일상학자를 하며 경험한 내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 연구집 앞에 각자가 가진 연구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고 묶는 건 어떨까.
- 연구집이라는 단어가 너무 좁은 의미로만 전달될 것이 우려된다면 '일상학자 활동 기록집'으로 하고 우리의 활동 과정(후기 등)을 기록하되, 연구를 문서로 정리한 사람의 경우 기록집에 따로 링크나 큐알코드를 제공하여 넘어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렇게 하면 기록집에는 하나의 흐름이 담기게 되지 않을까.
4. 나만의 권위를 찾아서
제가 이 '권위'에 대해서 다시 곰곰히 생각하게 된 건, 제가 초반 공유서에도 썼듯이 제가 '권위'에 계속 걸려 넘어지고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저에게 영향을 주려는 어떠한 힘, 권위에 일단 거부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거부감이 강하다는 건 내면에 그것을 쫓는 마음도 거울처럼 있다는 거겠죠. 중간발표 3차에서 제가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거창 전문가'라는 생각을 해요. (지역 거창아니고요..아니죠잉.. ㅎㅎㅎ)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싶어하고 그걸 커다란 흐름 안에서 해석해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전체성에 대한 제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거창한 의미라는 '권위'에 기대고자 하는 내면의 습관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연구'라는 개념이 '권위'와 연결된 것에 대해서 잘 풀어가고 싶습니다. 연구집을 내자고 제안했던 게 바깥의 인정에 대한 목마름이었는지, 아니면 벗들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언어, 문자화를 통해 우리 자신의 연구를 제대로 정리하고 내면화해보기 위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둘 다 일지도...아니면 더 가벼운 어떤 욕구일 수도 있겠습니다.
항상 가장 어려운 건 지금 느끼는 불편이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할 지점인지, 현재의 나를 존중하며 넘겨두어도 되는 부분인지 판단하는 일인 것 같아요. 월례모임에서 나눈 솔직한 이야기들 덕분에 다시 한번 제가 언제나 걸려넘어지는 부분에 대해 다시 다른 시각에서 고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여성인 우리가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찾고자 하는 건 결국 '나만의 권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부장제 시대에 권위를 빼앗긴 여성들의 태생적인 한계가 주는 과제가 아닐까...내 삶이, 내 선택이, 과연 나의 것인가 하는 이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 일상학자라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각자의 연구를 통해 가져가고 싶은 경험이겠구나...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거창했나요? ^^;;;; 어쨋든 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때 오는 축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험한 회의였네요. (이래서 성경에서 계속 셋 이상 모이라고 한 듯 한데..이렇게 비대면으로 모여도 그 축복이 가능한데 말이죠...) 연구기록집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것, 바깥으로 전하고 싶은 것, 그것을 모두 아우르며 우리가 붙잡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형식에 대해서도 점점 틀이 잡히지 않을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 생활인들의 공부 프로젝트 모임, [일상학자]는 각자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의 '학자'가 되어서 공부를 계획하고 과정을 함께 나누며 최종발표회로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1년 과정의 모임입니다. 한 달에 1~2번 만나 각자의 공부 과정을 공유하고 검토하며 그 결과를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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