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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학자] 연구 중간발표 2차 후기 : 우리 각자의 치열함 본문

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공부 프로젝트, 일상학자

[일상학자] 연구 중간발표 2차 후기 : 우리 각자의 치열함

고래의노래 2020. 7. 24. 13:21

일상학자 중간연구 2차 발표가 7월 22일 수요일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3분의 일상학자가 발표를 하셨습니다. 각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기분석으로서의 책읽기>

<보이지않는 세계와의 연결, 동화>

<일상에서 경험하는 발도르프 교육>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우리가 받는 것들

 

 이번 발표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혼자보다 함께 나눌 때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연구 주제를 정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떠한 성향의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연구 주제가 많이 좁혀지고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어요. 

 

 '나'는 사실 모든 연구의 종착점이고 어떠한 공부를 하든 그것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동기도 나에 기반한 것이구요. 그런데 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을 밖으로 이야기할 때는 듣는 사람과의 연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내 이야기지만 그것이 듣는 이에게도 닿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창한 일반화나 보편적 이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연구가 다른 이들에게 질문을 일으키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발견해낸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로 향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해요. 

 

 나 혼자 만족하자고 시작한 연구인데, 왜 그렇게 까지 해야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상학자라는 모임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 연구를 '발표'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것은 혼자하는 것보다 내가 이걸 하겠다!고 공표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생각을 나눌 때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은유 작가는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라고 강조합니다. 글을 쓰며 자기에게 몰입하되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서 나를 바라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성장이 일어난다면서요. 나에 집중하되  조금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나를, 그리고 내 연구를 바라보는 객관화의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4가지를 유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나에 몰입하되, 객관적인 시각으로 과정을 살피기

결과적으로 얻은 것 뿐 아니라 그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함으로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영감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요.

 

2. 발표 제목의 단어를 정의내리고 동사를 넣어보기

발표제목을 보았을 때 모두 자기만의 해석으로 가져갑니다. '일상'이라고했을 때는 누구의 일상인지, 일상의범주는 어디까지인지 다 생각이 다를 꺼구요. 단어를 앞에 배치하느냐 뒤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중요도에 대한 방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뒤에 배치한 단어가 보통 더 중심이 되는 문구지요. 연구제목에 동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나 이외의 사람들과의 연결성을 만드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일단 (~~~하기)라는 동사가 들어가면 거기에는 변화를 일으키는 삶에서의 액션을 함유하게 됩니다. 연구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이것을 기대하고 오시게 되겠지요. 이렇게 연구 내용에 동사의 의미를 넣는 것이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연구의 의미를 찾아갈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명사로만 완결되는 연구주제라면 그것에 대한 '설명'에 집중되는 연구라는 기대를 할 테니까요. 물론 만약 설명에 집중하실 예정이라면 그렇게 가는 게 좋겠지요. 

 

3. 근거가 된 학문과 내 연구 결과가 다르다면 그 간극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떤 학문에 근거한 연구인데 그 학문의 내용과 다른 생각에 이르렀다면 그것을 구별해서 설명한 후 그렇게 결론짓게 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듣는 사람은 근거한 학문이 그렇게 이야기하는구나하고 오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연구자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이 주는 질문과 의미도 분명히 있을 것 같구요.

 

4. 중간발표에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들

연구동기와 연구방법에 대한 설명, 연구에 나오는 단어과 키워드에 대한 개념정의가 이야기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것들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면 좀 더 편안한 흐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듣는 사람이 주는 힘

 

 이 날 참관자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지영님의 어머님과 친구 분도 계셨고 오직 이 발표만을 듣기 위해 오신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게 기분좋은 긴장감을 주었고, 연구를 지속하고 나라는 범주를 떠나 더넓은 의미를 살피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발표 후에 나눠주신 이야기들도 저희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어요. 

 

 중년 여성이 몰두하고 관심갖고 연구까지 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따로 시간을 내어 이런 연구를 진행하는 열정이 감탄스럽다고 하셨고 나에게 오는 한가지 질문을 파고들어가는 사람에게서 느껴졌던 (천병희 선생님을 언급하셨어요) 경이로움과 질문이 비슷하게 올라왔다고도 하셨어요.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점도 더불어 느끼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셨어요.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가길 기대했다고 하시면서요. 우리가 이 점을 잘 살피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를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일상학자라는 모임에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무언가에 집중하고 이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욕구라는 걸 확인할 때면 언제나 놀라게 되네요. ^^

 

우리 각자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치열함

 

 특히나 저는 저희보다 윗세대의 여성 어르신들이 해주신 이야기들에 무척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당신께서 아이를 키울 때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서 서예를 하셨는데, 하루에 10분이라도 서예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그 시간을 내려고 아이들한테 빨리 자라고 윽박지르기도 하셨다고 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내가 많이 미숙했구나 후회한다고 하시며 이 시기를 이리 열정적으로 잘 풀어가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싶다고 하셨어요. 

다른 한 분은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가 다시 나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발도르프에 관한 연구가 이어질 때 '아이고 또야...'라고 살짝 지겨운 느낌이 들었는데 발표를 들으시며 '아..다들 각자의 시대를 잘 살아가고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일상학자들은 다시 돌아봐도 후회없을 만큼 중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그 시절의 어르신들과 우리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요. 하루 10분이라는 서예시간을 꼭 붙잡고자 했던 그 시절의 어르신도, 학교를 이리저리 옮기며 고민하고 갈등했던 그 때의 어르신도 그리고 지금 같은 고민을 붙잡고 살고 있는 우리도,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마음이 참 뜨거워졌어요. 미숙하고 방황하지만 치열한 우리 모두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구를 잘 이어가서 마지막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를 나누었을 때, 연구자와 듣는 분들 모두, 각자의 삶에서 내가 지니고 있는 치열함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 고생하셨고, 12월까지 잘 쭉~ 이어가보아요!

 

생활인들의 공부 프로젝트 모임, [일상학자]는 각자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제의 '학자'가 되어서 공부를 계획하고 과정을 함께 나누며 최종발표회로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1년 과정의 모임입니다. 한 달에 1~2번 만나 각자의 공부 과정을 공유하고 검토하며 그 결과를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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