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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오두막 - 7월 후기]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본문

여성들의 함께 읽기/옛이야기와 여성

[달빛 오두막 - 7월 후기]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고래의노래 2020. 7. 17. 00:09

 보름달 아래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이야기 모임, [달빛오두막]이 7월 4일 토요일 진행되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옛이야기와 여성'입니다. 옛이야기는 단순히 가부장제가 표현되는 통로일까요? 옛이야기 속 가부장제 억압을 드러내고 그것을 재구성해보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과 관계없이 지켜져야할 지혜의 보석이 숨겨져있지 않은지 발견해내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옛이야기는 긴 세월을 통해 다듬어져왔으며 그 속에 인간에 대한 인류의 지혜가 스며있습니다. [달빛오두막]에서는 여성의 삶이라는 개별적인 서사를 나누면서 옛이야기의 껍질 아래 숨겨진 보석같은 상징을 발견해보려 합니다. 지금 읽어보면 어이없는 서사들이 창궐하는 옛이야기 속에서 21세기 여성들은 어떤 메세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옛이야기와 여성'이라는 주제의 첫번째 책은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이었습니다. 보름달과 늑대, 여성, 옛이야기는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요.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은 옛이야기를 분석심리학의 원형 개념을 통해 바라보고 여성에게 옛이야기가 전하는 원형적 메세지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아, 영혼, 정신, 아니무스, 삶/죽음/삶, 직관과 같이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명확한 정의가 제시되지는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심장을 쥐고 흔듭니다. 저는 이 책이 여성들을 향한 선동서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추천사에서는 이 책을 인식혁명을 일으키는 책이 아니라 혈액혁명을 일으키는 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입니다.

이 날 참석해주신 모임벗들 중에도 여러 사람에게서 추천받아서 읽어보았으나 혼자서는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함께 읽을 기회를 찾아 오셨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분명 무언가 중요한 부분을 건드린 듯 심장은 두근거리는데, 그 실체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태였지요. 함께 읽어야하는 이유가 이처럼 분명한 책도 없을 겁니다.

 

밖은 아직 밝지만 책방에는 벌써 달이 떴습니다.

 

 

 책에 나와있는 많은 이야기 중 이 날 우리는 '물개여인'과 '바살리사와 바바야가' 2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나갔습니다.
 '물개여인'은 물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물개 옷을 벗고 춤에 빠져있다가 한 남자에게 옷을 빼앗겨 그 남자의 아내가 됩니다. 물개여인이 남자와 약속한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 여인은 아들을 낳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날에 남편은 물개옷을 줄 수 없다며 거부하죠. 여인은 피부가 갈라지며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우연히 엄마의 물개옷을 찾아오고, '시간보다도 오래된 무언가'의 부름으로 여인은 물개옷을 입고 물 속으로 돌아가죠. 그 이후 아이는 물과 뭍을 오가며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갑니다.

 옷을 빼앗기고 결혼을 하는 이야기 구조는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선녀와 나무꾼'이 있지요. 몰래 훔쳐 보다가 물건을 빼앗고 협박하는 남자의 행동은 지금 보면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이야기 속의 상징과 은유가 품은 의미까지 버려서는 안되겠지요. 시대적 인식의 변화를 의식하면서 저자의 해석에 귀기울여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물개여인이 춤에 빠져있던 것을 자기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중독상태로 정의합니다. 그 관계의 성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딘가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우리는 영혼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영혼을 잃는 것은 분명 비극적 상황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정신의 탄생을 위한 과정으로도 해석합니다. 여성은 영혼과 자아와의 결합을 통해 정신이라는 아이를 출산하고, 그 정신은 물개여인의 아이처럼 두 세계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영혼이 자아에게 귀속되는 사회화의 시기도 필요하며 이렇게 죽음처럼 여겨지는 시기를 통과하면 다시 삶으로 올라오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영혼을 잃어버렸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우리는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혼적령기이기에 당연한 듯 결혼을 꿈꿨던 때, 잠시만 육아에 전념한다며 일을 그만두었던 때, 집안일과 육아에 정신없던 하루가 별 것 아니었던 시간으로 취급되는 순간들...바깥의 기준에 끼워맞춰진 내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우리의 영혼은 물기없이 바짝 마르고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저자는 그것을 '여걸'의 부름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이 때의 나를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선 내면의 직관력이 필요합니다. '바살리사와 바바야가'는 여성들의 그러한 직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엄마가 돌아가신 후 바살리사는 새엄마와 새언니들 사이에서 구박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 마녀 바바야가를 만나고 바바야가가 내는 과제를 통과하면서 자신의 주변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지요.
저자는 옛이야기에서 친엄마가 죽는 모티브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친절한 내면의 엄마와의 이별'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기자신으로의 독립을 위해 나를 성장시켰던 힘들과의 이별은 불가피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찾아야하는건 직관이라는 내면의 여걸이지요. '바살리사와 바바야가'에서는 친엄마가 물려준 인형이 바살리사가 고난에 처할 때마다 도와줍니다. 인형은 엄마가 딸에게 물려준 직관에 대한 믿음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는 나와 다르길 바랐고 그래서 내가 상처받았던 방향과 반대로 아이를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중에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신이 아니기에 아이에게 결핍은 필연이고 서서히 우리 곁에서 멀어질 거라는 걸요. 저자는 현대 여성들이 가진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가이드없이 영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우리는 혼돈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했습니다. 앞선 세대의 여성들에게 기대기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고 내면의 직관을 따르자니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했지요. 아이들에게 직관에 대한 믿음을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스스로의 힘에 대해 두려움없이 받아들이는 것일 겁니다.

 

 여성들에게는 자꾸만 설명이 요구됩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인데 왜 일을 나가려하는지, 아이는 어찌 두고 혼자 나왔는지, 지금 바라는 그것을 결혼출산적령기인 때에 해야만 하는지... 바살리사는 "내가 너에게 왜 그것을 주어야 하지?"라는 질문에 "제가 원하니까요."라고 대답합니다. 한 모임벗께서는 바바야가의 질문에 대한 바살리사의 대답에서 통쾌한 후련함을 느꼈다고 하셨어요. 무언가를 하는데 있어 이유는 '내가 원한다'는 한 가지면 족합니다.
 우리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찾고 헤메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사회적 요구이기도 했고, 때로는 뿌리를 알 수 없는 원형적 열망이기도 했습니다. 간혹 마주친 진실한 욕망들은 현실의 번거로움 앞에서 외면당하기도 했지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정한 내 욕구가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보고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내가 선택한 적극적인 기다림이라면 야성의 빛은 사그라들지 않을테니까요.

 

보름달이 우리를 비춥니다.

 

 모임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보니 동그랗고 밝은 보름달이 책방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집으로 가시면서 달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에게도 가장 감동적인 보름달이었습니다. 옛이야기가 만들어지던 저 옛날의 어느 때에도 똑같은 달이 여성들을 비춰주고 있었겠지요. 다음 음력 보름 즈음에 다시 오두막을 열겠습니다. 달빛 속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다시 이야기나누어요.

 

[달빛오두막]은 달의 기운이 가장 큰 음력 15일 즈음, 여성과 관련된 하나의 주제를 한 권의 책과 연결하여 읽고,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옛이야기와 여성'이며 다음 달에는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를 함께 읽으며 우리나라 옛이야기가 여성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살펴봅니다. 책을 읽지 않으셔도 참석 가능합니다.
- 일시 : 8월 1일 저녁 6시 반 ~ 8시 반
- 장소 : 책방 책읽는 정원 (서울 서초구 논현로7길 24 1층)
- 신청 : https://forms.gle/WaJxmKwidZwQTjfj6

 

달빛 오두막 - 8월

보름달 아래,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요. 북아메리카 원주민 여성들은 '달오두막'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달 보름달 아래 모여 월경에 대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월경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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