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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함께 말하기/젠더 이슈 오픈 테이블

[젠더 이슈 오픈테이블] '일하는 여성'으로서 우리의 경험 모으기

고래의노래 2019. 10. 29. 11:18

 우리와 가장 밀접한 세가지 공동체 가족, 학교, 직장과 관련된 젠더 이슈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젠더 이슈 오픈 테이블' 마지막 세번째 모임이 지난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직장'이었어요.

 직장하면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회사가 쉽게 떠오르지만 이 날 우리는 직장을 매우 넓은 개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보수여부와 조직 소속의 여부를 떠나서 직장을 '내 능력을 펼치고 보상받는 공동체'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직장 공동체 안에서 능력을 막힘없이 펼치고 '정당하게' 보상받고 있을까요? 여성의 일을 잉여노동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과 남성 임금의 70%도 안되는 임금격차와 가정과 일의 양립이라는 슈퍼우먼 신화의 강요 속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일해왔을까요?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살리는 노동으로서의 일은 우리의 삶 내내 이어져왔습니다. 가사일, 급여를 받는 노동, 가치를 찾고 이루기위한 노동 등을 꾸준히 해왔지요. 일을 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우리가 경험했던 기쁨과 분노, 두려움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나누었어요.

 일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오직 한가지인 것만 같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얼마나 생산적인지'에 따라 일의 가치가 판단되었지요. 내가 일에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는 돈이라는 기준 앞에서 무시되었습니다.
공사의 구분은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출산, 육아는 개인의 삶으로 구분지어졌지만 학연, 지연이라는 사적인 관계는 공공연하게 업무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조직 안에서의 수직적인 질서는 내가 목격하고 경험하는 부당함들에 대해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존중되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조직의 목표일 뿐이었지요. 직장 내 여자선배들은 남성적 조직문화를 내면화해 자리를 지킬 수 있었기에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강화하는 쪽이기도 했습니다.

 이 날 가장 많이 이야기된 것은 위계, 권위였습니다. 가치를 중시하는 조직은 '선한 가치'라는 명분으로, 경제적 가치창출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급여'라는 권력으로 개인을 억압했습니다. 이 힘의 불균형을 딛고 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당기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일하는 사람이 존재로 존중되고, 명령하는 위계대신 책임지는 권위로 내 능력을 지지해주는 일터를 꿈꿔봅니다. 그 꿈 안에서 우리는 이해하고자 하는 소통, 부당함을 답습하지 않는 선한 영향력, 힘들고 아픈 이들끼리의 공감과 연대의 힘을 떠올렸어요. 주어진대로가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창조하며 사는 삶'에 대해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박명수 선생님께서 맛있는 가을밥상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애호박구이, 버섯간장떡볶이, 양배추롤, 명란두부부침, 무생채와 제철 맞은 사과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매번 생각지못한 조합이 맛있는 요리가 된 모습을 보며 창조적 삶이 연결되어 떠올랐습니다. 재료가 요리가 되는 그 과정처럼 우리도 우리 삶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요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

 <젠더 이슈 오픈테이블>을 통한 세 번의 만남 속에서 한 존재가 태어나 자라서(가족), 배우고 익히며(학교) 알아간 나를 사회에서 펼치는 모습(직장)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삶의 생생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의 삶을 엮고 있던 실들을 확인하면서 전체의 그물망을 조망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엮어가고 싶은 그물을 새롭게 상상하고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도 했어요. 겹쳐지는 이야기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고 개별적인 이야기들로부터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면서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나눠주신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은 잘 모아 기록물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 기록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찬란한 가을날의 한 조각을 기꺼이 내어주시고 함께 이야기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빛날 우리의 시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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