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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함께 말하기/젠더 이슈 오픈 테이블

[젠더 이슈 오픈 테이블] 학교는 성평등한 공동체일까

고래의노래 2019. 10. 15. 02:11

 우리와 가장 밀접한 세가지 공동체 가족, 학교, 직장과 관련된 젠더 이슈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젠더 이슈 오픈 테이블' 두번째 시간이 지난 토요일에 열렸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학교'였어요.

 한국의 학교는 평등을 상징하면서도 서열을 만들어내는 이중적인 성격의 공동체입니다. 모두에게 교육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은 구분과 줄세우기로 작동합니다. 학교는 이렇듯 더 나은 사회를 꿈꾸기보다는 현실사회를 반영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직장이라는 공적 영역으로 이동하기 전 징검다리 단계인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준비될까요? 밖에서 이야기되는 것처럼 학교에서 여성은 더 인정받고 있을까요? 어른으로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정을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은 우리의 관계맺기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까요?

 

 우리는 지금 학교에 속해있기도 했고 과거에 학교에 다녔던 경험이 있기도 했습니다. 자녀를 통해서 현재학교를 간접적으로 경험중이기도 하셨어요. 이제 곧 맞이하게 될 학교와의 이별이 속시원하기도 하고 좀 더 배우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가는 걸 꿈꾸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한 학교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철부지이고 더디 자라는' 남학생들의 미성숙한 태도는 쉽게 용인되었습니다. 똘똘하고 일찍부터 '사람'이 된 여학생들에게는 그런 남학생들을 참고 돌보는 역할이 기대되었지요. 남학생들의 기본적인 성취는 과하게 칭찬받았고 여학생들의 사소한 일탈은 심하게 눈총받았습니다. 운동을 잘하는 여학생은 기이함으로 소외되었고 수공예를 못하는 여학생은 어이없음으로 배제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성(性)'은 불안과 긴장이었습니다. 성교육은 구체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의미가 충분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은 사랑이라는 관계 속의 존중과 이해가 아니라 성관계의 위험 뿐이었지요. 남녀간의 관계는 '이성 관계'로만 상상되어 인간적 교류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다가가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학생과 선생의 역할구분 또한 명확했습니다. 학생은 말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여야 했고 모자라고 부족하기에 채워져야할 대상으로 전제되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고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권위에의 도전으로 여겨졌습니다.

 

 몇 십년을 사이에 둔 학창시절의 경험들이 '세월이 무색하게' 공감되었네요. 학교에서 인정받는 것과 존중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였습니다. 교육기회의 평등은 학교가 구현할 수 있는 평등의 완성점이 아니었지요. 평등을 지향하며 학교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을 가르칠까'의 문제와 함께 '어떠한 태도로 학생들을 대할까'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열린 가능성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학교를 상상했습니다. 억압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배우고 아무도 구분되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 학교 공간 구석구석에서 차이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느껴지고 그래서 내가 솔직한 내 모습으로 있어도 안전하다 느껴지는 그런 학교를 꿈꿔 보았어요. 지금 당장 학교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 자신으로 있어도 안전했던' 이 시간이 그 변화를 기다리는 모두에게 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날 박명수 선생님께서 마련해주신 자기돌봄의 밥상은 '10대를 겨냥한 맞춤 밥상'이었습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으시는 육류반찬을 마련해주셨고 치즈도 눈처럼 수북하게 쌓아주셨어요. 진짜 10대 분들은 물론이고 마음이 10대이신 분들에게도 몸과 마음이 채워지는 풍성함이었습니다.

 

'젠더이슈 오픈테이블'은 앞으로 한번 더 진행됩니다.
10월 26일(토)에 '직장' 속 젠더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금 내가 속한 곳, 서 있는 자리에 상관없이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참여신청해주세요.


1. 가족
- 9/25 (수) 10:30 - 13:00

 

2. 학교
- 10/12 (토) 10:30 - 13:00

 

3. 직장
- 10/26(토) 10:30 -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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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 안내
  _대상: 누구나
  _장소: 밸류가든 (서울 서초구 방배로 28길 17-1, 2층)
  _참가비: 무료 (회당 선착순 15명 마감)
   *대화모임과 밥상모임이 함께 하는 자리로 점심 식사가 준비됩니다.
  _문의: 밸류가든 010-9976-0264 / valuegarden00@gmail.com
_신청방법: 구글 신청서 https://forms.gle/zhnrd5UL6t8bPC7R7

 

밸류가든 젠더이슈 오픈테이블

#가족 #학교 #직장 나를 만들어 온 세 가지 공동체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밸류가든에서는 여성주의 문화예술 아카데미에 이어 우리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세 가지 공동체를 둘러싼 젠더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가족, 학교 그리고 직장... 실제로 존재하는 집단이자 동시에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세 공동체를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우리가 공동체에 기대했던 것들, 또 각각의 공동체가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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