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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함께 공부하기/페미니즘 더하기

[페미니즘 더하기] 나를 믿을 수 있게 나를 믿어주세요!

고래의노래 2019. 10. 2. 13:29

 '페미니즘 더하기' 세번째 모임에서는 <여성의 진화>에서 아기의 양육에 대한 부분을 읽었습니다.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아기와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진화의 메세지들은 단순하고 강력합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들을 남깁니다.


첫째, 출산 직후부터 함께하라

 

 임신기간이 모체와 태아간의 갈등기간이었다면 출산 이후 둘은 서로의 생존을 돕는 진화적 선택을 합니다. 출산 순간부터 서로에게 선순환의 역할을 하지요. 아기 피부를 보호하던 태지라는 기름이 출산 시에는 어머니의 회음부 상처 회복에도 도움을 줍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가 젖을 빨면 모체에 호르몬이 분비되어 자궁 내 출혈을 막지요.

 저자는 출생 직후 1시간 동안 일어나는 어머니와 아기의 피부접촉과 교감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피부접촉은 인간에게 포유류의 햝기와 같이 애착을 촉진하고 아기를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불안 경감과 교감은 물론이고 모유수유도 수월하게 되도록 해주죠. 우는 아기를 달래는 것은 진화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아기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부족이 바깥의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을 줄여줍니다. 세계 어디서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기를 왼쪽으로 안습니다. 이는 심장소리로 아기를 달래면서 모자애착을 강화하는 행동양식으로 보입니다. 출산 직후 1시간 동안의 이러한 행동기전은 아기와 어머니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진화양식입니다.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강력한 선택압의 작용으로 선택된 행동양식인만큼 뿌리깊고 강력하지요. 그래서 출산 직후 아기와 분리되는 병원출산 시스템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언제라도 젖을 먹이라

 

 모유수유가 아기와 엄마에게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서는 요즈음 많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모유수유는 출산으로 지친 산모의 회복을 돕고 스트레스도 줄여줍니다. 장기적으로는 골절예방에도 도움을 주지요. 아기에게 모유는 완벽한 음식입니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인지, 신체발달이 건강하고 각종 질병발병율이 낮습니다. 모든 포유류들은 자기 종에게 적합한 젖을 생산하는데 사는 환경, 음식, 취약한 질병의 종류, 엄마와 아기 관계에 따른 수유패턴 등에 따라 성분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가 다른 종의 젖을 먹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인간에게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수유패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포유류들은 자신들의 삶의 양식에따라 수유패턴도 다릅니다. 한동안 4시간 간격의 수유가 수유공식처럼 퍼진 적이 있습니다. 충분히 수유하고 푹 재우는 것이 엄마는 물론 아기에게도 좋다며 수유 스케줄표를 지킬 것을 주장하는 책도 있었지요. 저자는 4시간 수유 간격은 아기를 오랫동안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 토끼의 수유간격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젖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매우 묽기 때문에 훨씬 자주 주어야 이야기합니다. 출산 첫달에는 한시간에 4 ~ 5번을 주어야 한다고 하네요. 아기가 젖을 자주 찾기 때문에 모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왜곡된 이해였던 것입니다.
 산후우울증을 줄이기 위한 조언에서도 저자는 모유수유를 강조합니다. 산후우울증이 염증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염증을 줄이기 위한 처방들을 제시하는데 모유수유는 염증 반응을 감소시켜 주며 밤중에 아기와 같이 자면 자는 중에도 용이하게 수유를 하며 더 잘 잘 수 있어서 염증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셋째, 항상 붙어있으라

 

 아기는 원래 '우는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다른 영장류는 거의 울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기와 엄마가 떨어질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앓이(영아산통)은 진화적인 관점에서는 아기의 기대수준으로 어머니가 대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깁니다. 아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원하는 것을 달라는 외침인거죠. 단적으로 어머니에게 더 안아달라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아기를 독립적으로 길러야한다는 주변의 육아 조언에 흔들리지 말고 아기를 한껏 안아주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머니의 직감에 귀기울이는"그 수칙만으로도 육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저자는 '낮이나 밤이나 젖을 물리는 것은 인류의 유산'으로 보면서 어머니와 아기의 '생물학적으로 적합한' 수면방법은 함께 자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찍부터 혼자서 통잠을 자는 아기가 훌륭하고 정상적인 아기라는 믿음은 진화적 관점에서는 사실이 아니며 첫 몇달간의 아기는 너무 깊이 자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하네요. 부모가 자는 중에 아기를 눌러 숨막히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단정합니다. 약에 취해있지 않는 이상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죠.

영아돌연사는 인간에게만 더 흔한데 아기를 혼자 재우는 문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돌연사가 빈번히 일어나는 4~6개월 시기에는 호흡같은 자율행동이 반사반응에서 수의조절로 바뀌게 됩니다. 숨이 막히면 자연적인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지요. 또한 숨쉬는 후두와 음식을 삼키는 인두가 합쳐지는 상기도의 변화로 호흡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기는 숨을 쉬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때 가장 좋은 것은 곁에서 들리는 엄마의 숨소리일 것입니다.


넷째, 직관을 믿으라

 

 위 그림은 외젠 카리에르의 '잠'이라는 작품입니다. 아기와 엄마가 깊이 잠든 모습입니다. 카리에르는 아내와 아이를 모델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여느 모성애 그림들과는 다른 느낌의 모성애를 표현했습니다. 따뜻하고 밝은 모성애가 아니라 불안하고 지친, 그러면서도 아기와 엄마간의 깊은 연결이 보이는 모성애지요. 여러 색을 쓰지 않은 단일톤의 어두운 그림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요즈음의 엄마들은 아기를 키울 때 자신의 직관을 믿는 것이 힘듭니다. 아기를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넘쳐나는 정보들이 엄마를 경직되게 만드는데, 이를 건강한 필터로 적절히 걸러내고 내면을 지지해줄 환경은 요원하지요. 저자는 '아기의 진화적 환경은 어머니의 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긴밀하게 붙어서 생활하며 서로에게 '번식율과 생존율 증가'라는 진화적 이득을 주었다는 것이지요. 아기와 어머니가 계속 붙어있으며 수유하는 것이 진화라는 메세지는 현대 사회의 엄마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저자도 이런 부담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대부분 최적의 선택이 아닌 충분히 좋은 전략만을 구사해왔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위로하지요. 그러면서 양육의 문제는 여성 개인의 통제력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여성이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임을 강조합니다. 진화학자로서 저자의 관점은 진화가 여성 안에 심어놓은 직관을 자유롭게 해준다면 현대 여성이 양육자로서 가진 심리적, 신체적 문제들이 많이 해결될 거라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저자에게 포대기의 발명은 진화사에 중요한 혁신이었지만 유축기와 아기모니터 기계는 그렇지 못합니다. 포대기는 엄마를 꼭 붙잡을 수 없는 아기를 항상 데리고 다닐 수 있게한 반면, 유축기와 아기모니터 기계는 어머니와 아기의 분리가 만든 불편함을 상쇄하려하는 것은 피상적인 해결방법입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할 부분은 아기와 어머니가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1년간은 안정적인 육아휴직을 보장한다던가, 일하는 곳에서 언제라도 아기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던가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요.

 

다섯째, 모두가 함께하라

 

  아기와 어머니의 강력한 결합에 이어 진화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그 결합의 주위에서 언제든 지지해줄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인간의 이유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빠른 편입니다. 이것은 뇌발달 속도가 빨라서 더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유식 만들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사회적, 기술적,영양학적인 도움이 이러한 진화적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이것이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이야기합니다.


"무력한 아기를 낳고 자주 수유하고 집중하여 양육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서

인류의 사회적 특성과 인구학적 구조가 빚어진 것입니다."

 

 인간의 친족 네트워크는 다른 영장류와 구분해주는 아주 중요한 특징입니다. 임신, 수유, 양육의 사이클에서 공동양육은 진화적 번식전략을 성공하게 하는 핵심요인이지요. 저자는 특히나 외할머니로 대표되는 여성들간의 지지와 연대를 특히 강조하는데, 돌봄의 사회화를 위해 애쓰는 현 시대의 상황에서 친족, 특히나 여성들에게 되물림되는 돌봄이슈가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지지그룹의 결여라는 상황적 문제말고도 현대 사회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인류 선조 여성들의 욕구는 배고픔을 해결하고 위험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생존' 자체에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발걷기의 선택으로 뇌가 발달한 지금, 여성들의 욕구는 생존을 넘어 여러 차원으로 뻗어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맺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 내 능력을 발휘하는 인정받는 자아실현의 욕구들이 있지요. 그런데 육아시기에는 이러한 욕구는 억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육아기간동안의 엄마들이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시기를 인류학적으로 '엄마 사춘기'라는 뜻의 '마트레센스'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http://weekly.donga.com/Main/3/all/11/1719247/1?fbclid=IwAR0k8DhT5bzahS-iAXmwIu6nNc6fBypRjLjGkrhZ4ctmcvRRh3b17E6kKvc

 

엄마의 사춘기 ‘마트레센스’

한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이와 놀 때도,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자리에 누워서도. 딱히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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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처음 아기를 품고 낳았을 때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이제야 실감했던 태동의 순간, 내 몸에서 한 생명이 나왔다는 현실이 너무 기적같아서 세상의 모든 기적이야기들이 믿어졌던 경험,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엄마로서 역할지워지는 무거움을 느꼈던 때... 그러한 환희 가운데 외로움과 막막함도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날에는 허공에다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누군든지 만나고 싶어서 유아전집영업사원이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체력상으로는 아기가 잘 때 자야하는데 겨우 생긴 나만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게 죽기보다 더 참을 수 없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지요.

 

  아기는 원래 그렇게 젖을 자주 찾게 되어 있고 내 젖양에는 문제가 없으며 아기가 울 때 당장 안아주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거란 걸 그 때의 우리가 알았다면 분명히 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참을 수 없었던 건 육아과정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진 내 존재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아기는 여전히 무력한데, 육아는 어머니에게만 집중되고 공동체는 개념 뿐인 신기루같습니다. 주변의 응원과 지지가 아니라 오로지 여성 스스로 혼자 육아기간 동안의 자존감을 지켜내야하죠. 우리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의 시간이 온전히 존중되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한 보장이 탄탄하다면 어떨까요? 육아기간이 경력단절이 아니라 엄청난 생의 경험으로 인정받는다면? 복직 이후에 어색하고 낯설어하는 그 긴장감마저 여유있게 수용되고 이해되는 환경이라면? 그야말로 온 사회가 아기와 엄마를 존중하고 그 시간의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해주는 환경이라면 말이지요.

 

그러니, 나를 믿을 수 있게 나를 믿어주세요!

 

 이번 모임의 진화의학 이야기는 페미니즘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탑니다. 번식만이 진화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것, 모유수유는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완벽한 상호작용이라는 것, 아기는 엄마가 당연히 곁에 있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과 계속 옆에 머물러 수유하는 것이 진화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삼을 근거가 될 법한 이야기들입니다. 출산과 양육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연대와 외할머니의 '특별한' 존재에 대한 강조는 여성에게만 돌봄노동이 전가되는 사회분위기에 기름칠을 해주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긴 역사동안 아기의 건강은 바로 여성의 건강이었습니다."

 

 저 말은 다시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의 건강이 인류의 건강이라고 말이지요. 여성이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은 인류의 건강에 중요합니다. 물론 아기를 낳지 않는 여성의 건강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던가 거시적 차원에서 보지 않으면 개개인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바라보든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진화적인 자연스러움입니다. 그리고 진화의학은 우리 안의 진화에너지를 믿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바깥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우리 안의 힘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우리가 스스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도록 진화했다는 것, 그것이 진화의학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세지가 아닐까요.

 

 다음주에는 <여성의 진화>를 끝까지 읽고 마무리합니다. 폐경 이후의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의 노년에 대한 진화의 메세지는 무엇인지 따라가보겠습니다.

 

* [페미니즘 더하기] 10주간 3권의 책을 읽으며 의학, 종교, 심리분야를 페미니즘의 필터로 살펴보고 인간, 여

성 그리고 우리자신을 이해해보는 책모임입니다. 부분 참여나 특정책만 참여도 가능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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