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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와 꿈 그리고 나의 이야기] 모임 후기 본문
🕊[ __ ]하는 새 여자
[옛이야기와 꿈 그리고 나의 이야기] 마지막 모임 후기
옛이야기, 꿈 그리고 나의 삶을 연결하며 내면을 밝혀보는 시간, [옛이야기와 꿈 그리고 나의 이야기] 12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5주동안 옛이야기 속 상징들과 나를 연결해보고, 6주간은 꿈투사를 통해 무의식이 보내는 메세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는 11주간 쏟아졌던 은유과 상징의 조각들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면서 나의 상징 사전 안에서 유난히 빛나는 부분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았어요.
옛이야기는 인류의 보편 경험 안에서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보여줍니다. 세상(부모)과의 분리에 아파하고, 내면의 새로운 힘을 내 것으로 긍정하면서, 다시금 다른 이들과 사랑하게 되는 과정들이죠. 흰눈이와 빨간 장미를 읽으며 내가 안전감에 대한 열망에 머물러 있다는 걸 확인하기도 하고, 엄마와 관계가 수명 위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홀레아주머니를 읽으면서는 무조건적 지지를 다른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고, 손없는 소녀와 함께 관계로부터의 거리감을 바라는 걸 다시 확인하거나, 내 의지에 반한 일들에 때론 겸허해져야 함을 곱씹기도 했어요.
옛이야기로 내 마음 속 인류 보편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면, 꿈을 통해서는 개개인의 무의식 속에 어떠한 과제들이 숨어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꿈드라마는 우리의 내면을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 보여주면서 의미심장한 인물을 캐스팅하고 시나리오를 전개하면서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전하는 이야기이기에 꿈이 주는 정동은 많이 강렬했습니다. 비슷한 인물과 상황이 내 꿈에서 반복된다는 걸 발견하기도 했고 나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인물이나 평소에 거들떠보지 않았던 물건이 그 대비로 인해 강한 의미를 전하기도 했어요. 같은 상징요소가 다른 모임벗의 꿈에선 어떤 의미로 쓰여졌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옛이야기와 꿈이라는 은유와 상징 드라마들은 우리의 내면을 자극하고 풀어야할 과제를 현실에서 대면하게 등을 밀었습니다. 그 과제들은 엄마와 딸, 대물림 끊기, 나의 치유 등이었고, 결국 그것들은 '건강한 분리와 건강한 연결' 이라는 욕구로 이어지고 있었어요. 게다가 그 사이 우리는 일종의 내적 선언과 작은 시도들을 행하고 있었죠.
마지막 모임은 석달 동안 모임에서 모은 은유와 상징들로 나만을 위한 치유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한 모임벗께선 꿈 내용에 옛이야기 요소를 결합하여 새롭게 변주하신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함께 투사하던 꿈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덧붙여지니,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 했어요. 쓰라린 내면의 과제들에 이야기의 옷이 입혀져 돌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보석이 세공되듯이 삶의 경험들이 다듬어져 반짝이는 듯 했네요.
저는 끌림이 있었던 모임벗의 꿈과 옛이야기를 버무려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임벗들이 삶에서 일으킨 작은 변화에 대해 듣고 있자니 제 마음에도 다른 결의 추동이 일었습니다. 끌렸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끌리지 않았던 부분을 엮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만든 나만을 위한 이야기는 만들고보니, 저 자신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듯 했고, 그래서인지 스스로 만든 이야기인데도 다시 읽으며 조금 울컥했습니다.
이렇게 12주간 우리는 옛이야기와 꿈이야기로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발견한 메세지들로 우리 스스로를 위한 치유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나를 위한 치유이야기를 쓰는 건 나를 나의 안내자로 선언하는 일과 같았습니다. 삶의 조각들을 은유의 포장지로 곱게 싸서 마주하는 일은 조금 외롭고 서글픈 일이었지만 모임벗들과 함께여서 힘을 받고 용기를 낼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읽다가 우리 모임이 떠올랐다고 모임벗이 올려주신 시를 나눕니다. 쓰다만 것, 쓰고야 만 것 사이에서 앞으로 써나갈 것들을 다짐하면서.
재구성
- 안미옥
그 날을 들을 땐 눈보라를 생각했다
그치지 않는 눈보라 한가운데 서 있는
작은 사람
외투로 우산도 없이
빛도 어둠도 없이
한번 시작되면
죽을 떄까지 계속해야 하는 일이 있다
말해봐
옛날 일기를 읽으면 다 생각이 나니까
읽기 싫었다
무거워서 시작을 할 수 없으니까
나는 그만 깊어지고 싶지 않아요
영원을 본 적 없어요
영원히 아름답고 영원히 믿고
영원히 사랑하는 것
무섭잖아요
모든 일기는 옛날 일기가 된다
작은 사람에게 말했다
안내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해본 적 없어요
말하고 나서
한번 해본다
곁에 아무도 없는
작은 사람이 보였다
쓰다 만 것과 쓰고야 만 것이
모두 남는다
그러면 그것대로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
🕊 '[ __ ]하는 새 여자'는 빈칸, [ __ ]이라는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새(bird)처럼 자유롭게
시간과 언어의 틈새(between)를 잇고
새롭게(new) 거듭나는 여자들의 이야기 시간을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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