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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신찾기
[동화의 지혜-2] 자연정령 / 계절의 비밀 / 노간주나무 본문
[자연정령]
- 생명의 물 / 닳아빠진 구두 / 흰눈이와 붉은 장미 / 성모 마리아의 아이 / 장미아이 / 숲속의 새 난쟁이 / 룸펠스틸츠헨 / 백설공주
문장 안에 넘치는 은유들과 형이상학적 단어들에 조금 멀미가 날 것 같다. 그 은유들을 헤치고 의미에 닿으려니 에너지가 많이 든다. ;;;
"잠든 사이 우리에게 벌어지는 신비를 자각할 수 있으면 치유의 정수를 체험하는 셈"이라는 부분에서 '잠든 사이'라는 건 진짜 무의식적 수면 상태를 나타내는 건지, 의식과 지성세계 이면의 모든 세계를 말하는건지 아리송하다.
꿈이 주는 내면의 메세지에 닿고 싶어서 그룹 꿈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모임을 할 때마다 나를 사랑하는 커다란 존재가 있다는 확신이 커진다. 누군가는 그걸 신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자기라고 할 때 인지학에선 그걸 정신이라고 하는걸까?
"영혼이 초자연의 세계 안에 들어가면 정신은 이 초자연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영혼과 정신은 어떤 차이인 걸까. 영혼이 개별내면이라면 정신은 집단적 고차원적 의식인가...
"삶의 비밀을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영혼의 능력이 필요하다. 지상의 삶에 초자연적 지혜를 들여오려면 영혼의 깨어있음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사랑, 이기심, 진심을 구별하기 위해 애쓰고있다. 어떤 선택 앞에 섰을 때 내 진짜 마음과 연결되길 바라고 그게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한 이타심이거나 나를 세우기위한 이기심이 아니길 원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 '내 진짜 마음'이라는 진심에 가닿기 위해서는 내 것인 척 덧붙여진 사회적 욕망과 습관적인 삶의 패턴을 살펴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책에서 말하는 '영혼의 깨어있음과 판단력'일까?
자연정령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하며 자연에 연금술을 부리고 인간에게서는 '행동의 도덕성과 비도덕성을 자연의 힘이 되게 한다.' (인간 안에서 일어나는 연금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영혼이 감각계의 삶을 통해 온전한 독자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 세계의 진정한 본성을 꿰뚫어 보지도 못하고 거기서 자유롭지도 못한 처지'가 되고 메피스토페레스와 룸펠스틸츠헨에 휘둘리게 된다.
책에서 이야기한 파우스트의 처지가 마치 내 처지인 것만 같아서 뜨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팩트폭격까지 맞아 우울해진다. 그래도 "인간 영혼은 가장 순수한 사랑의 힘을 정신의 세계에 들이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이미 그렇게 지음받았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인류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겠지.
초자연의 세계에 사로잡히지 않고 관계를 맺어야 결실을 수확할 수 있다.
“인간이 자아로부터 만들어내는 표정이나 몸짓 등 모든 것은 잠자는 동안 에테르적 힘의 세계에 가 닿는다...인간은 우주로부터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동화의 정서적 핵은 인간과 자연 정령이 주고받는 대화 가운데 탄생한다.”
“인간이 자연 정령들이 보고 놀라는 수수께끼이자 기적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동화적 상상력의 원체험이다.”
“정령들은 인간 영혼이 자기 자신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몇번이고 읽어보는데..닿을 듯 말듯 희뿌옇다. 가만..생각해보니 내가 인지학 책들에서 불편해하는 부분이 ‘인간에 대한 특별함’이라는 게 다시 올라온다. ‘인간이 다른 생명보다 뭐 얼마나 특별하다고...’이 생각이 계속 사라지지 않는다. 기본 마인드가 이런 상태에서 책 내용이 편안히 들어올 수가 없겠지.
인간의 특별함이라는 게 교만함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의미인 것 같은데, (일종의 우주적 책임감이나 역할?) 이걸 넘어야 다른 이야기들에도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종교 안에서 영성에 대한 접근이 힘든 것도 그 때문인지...
[계절의 비밀]
- 흰눈이와 붉은 장미 / 노간주나무 / 황금열쇠
"동화는 신구 두 시대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경험들을 포착한다. 옛 힘이 사라지며 젊은 새 힘이 등장..영혼은 세계의 신성과 하나였던 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자신을 과부로 느낀다."
아!라는 작은 깨달음이 올라오는 문장이었다. 인류의 진화에 따라 내면의 상태가 변화한 것을 옛이야기들이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의 가정환경이 과부나 홀아비가 많은 것을 이렇게도 볼 수 있겠다싶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일찍 여읜 주인공들이 많은 건 여성성의 측면이 상실된 상태로도 볼 수 있을까?
"영혼은 자신의 감각과 사고 사이의 양극에서 자기 존재를 체험한다...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사고를 통한 명료한 삶과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다채로운 감각적 즐거움의 삶."
이제까지 나는 경계짓고 나를 명확히 하는 것에 집중하곤 했다. 그래야만 '나'를 또렷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종이인형같이 선명한 경계는 오히려 날 바스라뜨리는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겠다. 내가 경계를 넘나들며 스며드는 존재라는 것도.
[도둑맞은 날개옷] 동화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에 나온 내용으로 보아 '선녀와 나무꾼'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천상 또는 자연에 속한 여인이 자신의 옷을 훔친 남자에게 속박되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전세계에 많이 퍼져있다. 이 이야기들을 해석하는 관점은 정말 다양한데, 페미니즘적으로는 가장 많이 비판 받는 옛이야기이기도 하다. '몰래 엿보고, 훔치고, 이를 이용한 체류 협박'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성범죄의 양상을 고스란히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표현이면의 의미와 상징을 이야기하는 건 이미 분노에 가득찬 여성들 귀에 들어가기 힘든 면이 있다. 옛이야기의 이런 측면을 확 바꾸어 건전한 이야기로 만드는 시도 또한 많다. 며칠 전에도 초등교사분들이 옛이야기의 성차별적 부분을 바로잡은 동화책을 만든다는 펀딩을 보았는데,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대안을 제시해주는게 과연 괜찮은 일인지 좀 우려스러웠다.
다른 책들에서 여성성과의 합일 이야기를 읽은 적은 있지만 남성이 자기 안의 삐뚫어진 아니마상을 여성에게 투사했다거나 여성의 야성성은 어딘가에 속박되지 않고 고향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백조로 상징되는 '영원한 여성성'이란 무엇일까.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도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였는데... 좀 더 읽으면 알게 되려나..
[노간주나무]
- 백설공주
"켈트족의 원초적 지혜가 말하는 기독교의 요체는 직접 경험과 초자연적 체험에서 길어올려 그리스도의 현현을 선포할 수 있는 것."
켈트기독교를 연구하시는 분에게서 켈트식 전례는 여성을 배타적으로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인이 성직자의 도움없이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종교의 권력자들이 두려워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가 처음 노간주나무 노래를 어린이집서 배워와 들려줬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표정관리하려고 엄청 애썼었다. ^^; 지금은 그것이 땅을 살아가는 나의 판단이었음을 안다.
며칠 전 잠자리에서 둘째에게 다시 노간주나무를 읽어주었다. 둘째는 '이 동화 아주 재밌는 거'라며 좋아했고, 새가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아이는 전혀 이야기를 끔찍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텔레비전 화면으로 만화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쫓기는 장면을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다 듣고 불을 끈 후 자리에 누워 둘째는 이렇게 말했다.
"새엄마도 원래 착한데, 악마가 들어갔던 거야. 그치? 세상에는 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나쁜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 내 주변은 다 좋은 사람들이잖아."
이 믿음이 오래 이어지길. 그 믿음을 지켜주는게 가장 가까운 어른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겠다.
"심판은 인간 본성 안에 뒤섞여 있는 배출물이다. 정신은 애초의 인간본질에 잃었던 지혜가 회복되게 하고 상실을 겪고있는 영혼은 땅의 중력을.이기는 법을 배운다. 대신 감각적 본성은 자신이 섬겨온 물질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죽는 것이 새엄마 안의 악마적 힘이 아니라 감각적 본성이라는 것이..이해가 잘 안된다. 감각적 본성도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나? 그건 죽어야만 하는 것인가? 과도한 물질주의에 대한 편향은 조정되어야겠지만...이전에는 감각적 즐거움의 삶 또한 필요하다 하지 했는데..헷갈린다.
"파우스트가 겪는 핵심은 전 인류 차원의 무엇이다. 인류 전체가 하느님의 아들을 부인하고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던가. 인류가 하느님의 아들을 빵과 포도주로 자기 안에 받아들이연서 하느님의 아들은 정신 속에서 불멸의 생명력으로 되살아난다."
정신, 영혼, 감각이 아직도 잘 잡히지 않는다. 미사에서 성체와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화하는 것이 몸(감각)과 정신(피)가 사람(영혼)에 들어와 일체가 되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니 딱 그렇게 구분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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