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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존중, 사랑 - 두번째 시간] 다름을 넘어서 함께하는 빛나는 모험 본문

존중과 스며듦/그림책으로 만나는 존중과 사랑

[그림책, 존중, 사랑 - 두번째 시간] 다름을 넘어서 함께하는 빛나는 모험

고래의노래 2020. 8. 20. 16:15

 밸류가든의 찾아가는 성평등 프로그램 [그림책으로 만나는 존중과 사랑] 두번째 만남이 8월 12일 우면동 네이처힐 6단지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존중과 사랑]은 혐오와 차별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의 행복에 대해 어린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이야기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두번째 시간의 주제는 '다르지만 함께 살아요' 입니다. 가족과 집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르지만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마음으로까지 확장시켜 보았어요. 생각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쉽게 배제와 구분의 기준이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다름은 관계의 기본이고 사회는 각기 다른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갑니다. 다르지만 함께 사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공동체로부터 시작해서 누군가에게 마음의 빗장을 여는 일까지, 어린이들과 관련된 그림책 3권을 함께 읽고 활동을 이어가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개구리>는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서의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개구리는 심장이 뛰고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증상을 걱정스럽게 여깁니다. 하지만 토끼가 그것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지요. 돼지친구는 초록과 하양은 사랑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개구리에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자신이 하얀 오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된 개구리는 매우 기뻐하지만 정작 오리에게 마음을 전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중 오리 앞에서 개구리가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깊이 아끼며 살게 됩니다.
어린이 친구들과 가족들 중에 나와 가장 다른 사람은 누군인 것 같은지, 나와 그 가족을 색깔로 나타내면 어떤 색인 것 같은지 이야기나누었어요. 형제자매에 대한 친구들의 애증에 대해서 알게된 시간이었네요.

 

 <난쟁이 할아버지의 집짓기>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관계를 맺으며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 재치있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난쟁이 할아버지는 혼자 살아갈 집으로 전망대가 있는 근사한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키가 작고 힘이 세지 않아서 자재를 옮기고 높이 나르는 데 어려움을 겪지요. 그 때 숲 속의 각종 동물들이 등장해 도와주고 그 대신 자신들의 방을 요구합니다. 동물들의 특징에 따라 요구사항들은 매우 다양하고, 결국 집은 할아버지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지요. 처음에는 언짢아하던 할아버지는 북적거림 속의 보살핌이 주는 훈훈함에 빠져듭니다. 그러면서도 전망대라는 자신의 로망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하지요.

 

  다른 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내 의도가 꺾이고 예상치못한 흐름을 받아들이는 모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 모험은 처음에는 손해보는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다양한 연결 속에서 확장되고 공고해져서 뜻하지 않은 기쁨으로 이어질 때가 많지요. 친구들과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고 그것을 커다란 종이 위에 붙여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바닷가의 집, 커다란 정원에 로케트 발사대가 있는 집, 수영장이 있는 집, 멋진 전방대가 있는 높은 집, 여러가지 놀이방이 가득한 집까지 아이들이 드림하우스가 펼쳐졌네요. 몇 개의 칸으로 구분된 종이 위에 집을 하나하나 붙이니 다채롭게 빛나는 마을이 탄생했어요. 우리가 사는 공간인 아파트같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함께 읽은 책은 <마음의 집>입니다.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집'으로 형상화해서 이야기하는 그림책이예요. 마음이 어떤가에 따라서 같은 대상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 마음의 집을 열고 닫고 공간을 키우고 변화시키는 것은 모두 나에게 달렸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 누군가를 향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사랑과 존중'에 대해 느껴보는 2주간의 모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림책은 사실 교훈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억지스러움을 빼고 '사랑과 존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아이들 몸과 마음으로 스며들 수 있길 바랐어요. 나와 다른 색깔의 가족이 미우면 미운대로 그 다름을 일단 느끼게 하고, 각자의 집그림을 모을 때도 이것이 '함께 살기'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말로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존중받아야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함께 한 2시간이 어린이들이 나를 표현하고 인정받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어른인 저에게 기꺼이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친구들이 내어준 마음의 공간에 초대되었던 2주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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