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언어] 읽기 모임 책거리 후기
7월 3일 목요일에 '여신의 언어' 책거리 모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이야기나누다 처음 직접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니 무척 반가웠어요! ^^
읽기 모임은 6주동안 카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주씩 정해진 분량을 읽고 인상깊은 구절, 떠오른 생각을 남기면서 마음에 드는 여신상징을 그리고 이를 나누었습니다.
이 책은 사이즈로보나 의미로 보나 '벽돌책'을 넘어선 '주춧돌 책'입니다. 책과의 첫대면에서부터 "네 의식에 새로운 장을 펼쳐세우겠다!"는 강렬한 기세가 느껴지더라구요. ^^
저자는 유럽의 고대유적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패턴과 문양을 정리하고 이를 '여신의 상징'으로 주장합니다. V, M, 미앤더, 삼선같은 단순한 선 문양 뿐 아니라 젖가슴, 음부, 엉덩이같은 여성 신체부위 그리고 물새, 사슴, 숫양, 곰 같은 동물들이 모두 여신을 나타낸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여신의 힘은 생산성만을 이야기하는 대지모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고대의 여신이 생명과 죽음, 재탄생의 주관자임을 강조합니다.
"남녀가 평등하고 비폭력적이었고 또 땅이 중심이었던 본래의 유럽 전통이 존재했으며, 우리가 이 전통으로부터 오래 소외된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래 지속되었던 이 문명과 상징 언어에 대한 명확한 증거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한다. 이런 자취들은 우리들의 상징 체계 안에도 뒤섞여 살아남아 있다."
김부타스는 문양과 그 주변 문양들, 그것들이 그려진 유물 그리고 유물이 있었던 장소로 의미를 유추하면서 사회 풍습과 옛이야기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여신의 흔적을 살핍니다. 여신이라는 인류의 원형적 에너지를 고대 유물이라는 물적 증거를 통해서 확인하려 한 김부타스의 연구는 기존 고고학계와 페미니즘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과학적인 추론보다는 개인의 직관과 상상에 의지한 연구라는 비판부터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접근이 가진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김부타스가 상상력을 통해 기존의 인식을 넘어 다른 차원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게 했다는 점만은 명백합니다. 여성의 성기모양이 거대한 힘의 상징이었다는 점만으로도 나의 몸을 다시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책 속 유물들로 전시회를 하면 너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겨났어요. 그리고 책에 소개된 여신문양들 중 하나를 타투로 내 몸에 새긴다면 어떤 걸 하고싶은지도 이야기나눠 보았습니다. 고대인들처럼 젖꼭지 문양을 힘의 상징으로 팬던트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닌다고 상상했을 때 후련한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감추어져있던 것들을 힘으로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전복성이 주는 에너지가 우리가 이 책에서 받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부타스는 인류사에 있었던 여신문명의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여신'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그리고 '여신의 언어'라는 제목이 주는 상징성은 무엇일까? 책이 건네준 에너지와 질문들을 잘 품고 여성인 나를 각자의 언어로 삶에서 펼쳐보아요!